떠도는 구름도 머물고픈 귀의처가 있다
떠도는 구름도 머물고픈 귀의처가 있다
  • 국제불교방송 문화부장 자성심
  • 승인 2020.09.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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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구름도 머물고픈 귀의처가 있다
청주 정복동 토성은 하늘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사진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이다. 하늘이 예쁜 날 찾아가길 추천한다.

9월3일 점심 무렵. 청주에 사는 지인이 보낸 실시간 사진 한 장. 눈이 시린 짙푸른 하늘이다. 흰 구름은 양떼처럼 지나간다. 그 위로 넓게 흩날리는 구름도 보인다. 자유분방한 매력적인 모습이다. 같은 시간 태풍 마이삭의 끝자락에 걸친 서울은 흐렸다. 이 사진의 끌림에 점심도 먹는 둥 마는 둥, 카메라를 챙겨 떠났다.

‘뜬 구름 잡는’ 이번 여정은 이렇게 시작됐다.

다음은 청주일대에서 이 하늘과 잘 어울리는 장소를 물색하는 일이 남았다.

하늘이 잘 나올 수 있는 조건은 대체로 둘 중 하나다. 확실한건 충분히 높은 곳에서 하늘이 포함된 넓은 시야를 확보하는 것이다. 산 정상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평지에서 언덕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럼 자연스럽게 올려보게 되고, 언덕의 위부분과 하늘이 만나는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청주 정북동 토성이 눈에 뜨였다. 앞서 말한 조건 가운데 후자의 경우다. 툭 트윈 공터 가운데 토성은 언덕의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다. 토성위 띄엄띄엄 자리 잡은 소나무도 마음에 든다.

토성에 도착하니 시간은 오후 5시를 향해가고 있다. 마음은 급한데 변화무쌍한 하늘은 정오 무렵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양떼구름은 쫓겨 가고 먹구름이 맹위를 떨친다. 아쉬운 놈이 우물을 판다고 토성의 안팎을 뛰어다니며 기회를 엿볼 수밖에.

그러다 마주한 순간. 뒤덮은 먹구름에도 용케 열린 공간이 생겼고, 더 높은 하늘의 푸르름이 그 틈을 비지고 빛줄기를 뿌려 주었다.

큰 사진은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큰 짐을 덜게 되니, 토성이 온전히 눈에 들어온다. 정북동 토성은 청주시 북쪽 미호천 인근에 펼쳐진 평야의 중심에 위치한 평지 토성으로 사적 415호이다. 토성의 높이는 2.7m에서 4.5m 사이다. 전체 길이는 600m가 넘는다는데 눈으로 봐서는 그보다 짧다.

토성은 전체적으로 남북이 긴 직사각형 모습을 띈다. 성안의 중심부에는 동서로 가로지르는 길이 있다.

발굴조사 결과에 따르면 토성 밖으로 해자가 확인됐다. 해자는 성벽 주위에 땅을 파고 물을 채워 적의 접근을 어렵게 하는 시설이다. 해자는 두 차례 걸쳐 축조되었다. 1차는 현재 드러나 있는 토성 아래 자리한다. 2차는 두 겹으로 존재한다. 안쪽 해자는 1차 해자를 일부 다시 파면서 만들어졌고, 바깥쪽 해자는 안쪽과는 20m~30m 거리를 두고 만들어졌다. 하지만 현재 모습은 이런 해자를 유추해 내기는 어렵다.

이 토성은 성벽의 축조방식이나 출토유물로 볼 때 삼국시대 초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이후 후삼국시대까지도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모습은 서울 몽촌토성에 비하면 현저히 작은 규모다. 하지만 일몰이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지면서, 연인들과 사진동호인들의 발길이 끊이기 않는다.

떠도는 구름도 되돌아가 머물고 싶은 곳이 있지 않을까. 나고 자란 고향은 당연히 그럴 것이고, 여러 사찰을 다니다보면 그런 마음이 드는 곳이 있다.

사찰 풍광에서든 스님과의 인연에서든…. 청주에 그런 곳이 있다.

청주 보살사. 흙으로 다져있던 법당 앞은 언제부터가 잔디로 채워졌다. 하지만 고요하고 정결한 산사의 느낌은 예나 지금이다 한결같다.

첫 만남이 그랬다. 서울서 새벽녘 출발해 도착한 도량은 곱디곱게 빗질되어 있었다. 바람도 나뭇잎을 떨어뜨리기 미안했는지 숨을 고르고 지나는 것 같았다. 이 기억만큼은 벌써 17~18년이 지났건만 아직 또렷하다. 곧이어 뵙게 된 노스님. 도량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 어투는 차분했고, 몸짓 하나에도 흐트러짐을 찾을 수 없었다. 말 할 때는 듣는 이의 눈높이 맞는 군더더기 없는 비유를 찾아 전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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