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마음, 그림으로 보여주다
부처님의 마음, 그림으로 보여주다
  • 국제불교방송 이영주 기자
  • 승인 2017.06.20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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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마음, 그림으로 보여주다
  • 《사찰불화 명작강의》강소연 작가
  • 우리는 사찰법당에서 고려시대 불화를 볼 기회가 거의 없다. 다수의 고려불화가 일본 등지로 유출돼 때때로 박물관 특별전시 등에서나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반출된 문화재를 환수해와야 한다는 움직임이 커졌다.
    12월 14일 조계종은 송광사 도난문화재 중 오불도를 되찾았다. 한국에 거주하던 미국 시민이 구입해 가지고 있던 오불도는 포클랜드박물관에서 보관 중이다가 조계종과 문화재청의 요청으로 무사히 돌아온 것이다. 53불도 중 양쪽 5불도가 없어졌다가 이번에 한쪽을 찾았으니 이제 남은 5불도만 찾으면 53 부처님을 한꺼번에 볼 수도 있겠다.

    우리는 유출된 문화재를 찾아오는 데 적극적이다.
    그런데 과연 문화재, 특히 불화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나? 당신은 고려불화와 조선불화의 차이를 아는가?
    질문을 하고 있지만 나도 몰랐다. 얼마 전 한권의 책을 읽고 그 차이를 확연히 알게 되었다. 알고나니, 불화가 다시 보이고 문화재를 더 사랑하는 듯 느껴졌다. 이런 변화가 자못 자랑스럽다.

    무위사 극락보전의 후불탱화에는 뒷면에도 탱화가 그려있고 두 위(位) 모두 관세음보살이다. 두 위 다 조선 전기 작품이지만 앞면의 관세음보살상은 고려시대 양식을 계승하고 있고 뒷면은 전형적인 조선시대 양식이다.

    무위사 <아미타삼존도> 부분_《사찰불화 명작강의》22쪽
    무위사 <아미타삼존도> 부분_《사찰불화 명작강의》22쪽


    “고려시대에는 이 백의를 투명한 비단 베일인 사라(紗羅)로 묘사했다. 백의의 ‘고려식 창안’이라 할 수 있다. 백의를 이토록 유려하고 섬세하게 표현한 것은, 중국 및 일본의 관세음보살도 작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고려불화만의 독창적 특징이라 하겠다. 또한 여의주 문양으로 옷 전체를 시문(施紋)하였는데, 마치 거미줄과 같이 가늘고 정교한 극세필의 선으로 묘사하였다. 이같은 고려불화의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섬려함은 예나 지금이나 시대를 초월하여 국제적인 찬사를 받고 있다.”

    “고려시대 관세음보살도의 전유물인 투명한 귀족풍의 ‘사라’는 조선시대에 오면 소박한 불투명의 흰 천으로 바뀌게 된다.”

    “앞뒤 관세음보살의 의습비교를 통해 고려시대의 철선묘(鐵線描)와 조선시대의 비수선(肥瘦線)의 극명한 대비를 엿볼 수 있다. 철선묘란 선의 두께가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것을 말하며, 비수선이란 선의 두께가 얇았다 두꺼웠다 하여 강약의 변화가 있는 것을 말한다.”
     
    고려시대 관음보살도는 사라 백의, 철선묘로, 조선시대의 것은 불투명 백의, 비수선으로 축약된다.
    이 내용은 《사찰불화 명작강의》45쪽 ‘전문가의 팁’ 코너에 나온다.
    이 뿐이 아니다. 책의 곳곳에는 전문가의 팁이라며 ‘영산회상도 속의 가섭과 아난 구별법’, ‘극락구품도 속 ‘구품(九品)연못’의 비밀‘, 사찰에 연꽃 문양이 많은 이유’, ‘괘불이 무엇인가’, ‘관세음보살도 속 ‘파랑새’의 상징‘, ’천도재와 불화‘ 등에 대해 풀어놓았다.

    책을 쓴 강소연 씨는 전문가의 입장에서 공부한 내용 중 대중들이 궁금해 하는 핵심내용을 설명한다.
    ‘팁’이란 말 그대로 정보일 뿐이고 이 책의 주된 내용은 현재 우리나라 사찰에서 볼 수 있는 최상의 작품들을 보여주는 것이다. 강소연 작가는 월간 《불광》에 연재한 ‘사찰불화기행’ 중에서 최고의 작품을 선별해 연재내용을 보다 대중적으로 다시 썼다.
    어렵지 않으면서 품위를 잃지 않은 글도 그렇지만 사찰에 찾아가도 쉽게 볼 수 없는 불화들이 눈앞에서 펼쳐진다는 점이 이 책의 최고 장점이다.

    용문사<화장찰해도>_《사찰불화 명작강의》108쪽
    용문사<화장찰해도>_《사찰불화 명작강의》108쪽


    그의 책에는 그 동안 한국사찰을 다니며 조사한 불화 중 가장 아름다운 열 작품을 선정했다.
    무위사 <아미타삼존도>, <관세음보살도>, 해인사 <영산회상도>, 동화사 <극락구품도>, 용문사 <화장찰해도>, 쌍계사 <노사나불도>, 법주사 <팔상도>, 운흥사 <관세음보살도>, 감사 <삼신불도>, 안양암 <지장시왕도>가 그것이다.
    이들 사찰을 찾아다니며 허락을 받고 사진촬영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그 중 쌍계사 괘불을 보기 위해서는 1년에 한번 있는 괘불재에 가야 하는데, 주지스님이 보살계수계를 받는 조건으로 조사를 허락하겠다고 해서 꼬박 1년을 기다려 보살계를 받고 괘불재에서 노사나불을 만날 수 있었다.

    앞에서 해외로 반출된 문화재에 대해 언급했는데, 강소연 씨는 6년간 해외를 다니며 유출된 국보급문화재를 조사해 2008년《잃어버린 문화유산을 찾아서》라는 책을 펴냈다. 책에는 200여컷의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우리 선조들의 염원과 불교의 가치들이 기록돼, 출간 당시 세간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그는 문화재를 공부하면서부터 책이나 자료에 의지하지 않고 직접 찾아다니며 조사를 하는 방식을 고수한다. 이건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다니며 배운 것이다.
    여기서 잠깐, 어린 강소연을 데리고 문화재를 찾아다녔던 그의 아버지를 소개해야겠다.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있는 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사람 ‘강우방’ 씨가 그의 아버지다. 강우방 선생은 국립경주박물관장과 문화재청의 문화재위원 등을 역임했다.
    강소연 작가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문화재를 찾아다니는 것으로 놀이를 대신했고, 청소년기는 아버지의 유학생활 때문에 미국에서 보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전공을 선택해야하는 대학부터는 문화재를 공부했다. 고려대, 영국런던대, 서울대, 일본 교토대, 대만 국립중앙연구원 등을 거쳤고 모두 장학생으로 수학했다.

     

    굵직한 문화재 전문가를 아버지로 둔 강소연 씨에게 넌지시 물어봤다. 아버지가 도움이 됐겠다고. 하지만 그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제가 아버지께 도움받은 것은 ‘직접 조사를 원칙으로 한다’는, 단 한 가지뿐입니다.”

    아버지의 존재를 안 교수들이, 문화재에 관한 쓴소리를 거침없이 해대는 ‘강우방의 딸’을 여러 차원에서 꺼려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학력이나 능력에서는 밀리지 않았지만 견제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돼 강사 자리를 얻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실력을 인정받기 위해 남보다 더 열심히, 더 늦게까지 일하면서 어린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역할까지, 두 가지를 하자니 그는 몸과 정신이 모두 황폐해져갔다.
    그러던 중 강사 자리마저 잃었을 때 딱 한번 아버지에게 부탁을 했다. 아버지의 사설 연구소에 연구원으로 잠시 이름을 올려달라는 부탁. 강소연 씨에게는 명함이 필요했다. 일자리를 알아보거나 원고청탁이 들어왔을 때, 아니면 문화재 조사를 나갈 때도 ‘자리’가 필요한 것이었다. 하지만 ‘대쪽같은’ 아버지는 일언지하에 거절하셨다.

    괴로움이 정점을 찍은 그때, 자신의 모든 괴로움을 돌파할 방법으로 그는 참선을 선택했다. 혼자서 면벽하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다행히 지은 공덕이 있었던지 그에게 참선을 지도해 줄 분이 나타났고, 남들은 몇 달 걸려 차례를 밟아야할 단계를 그는 속성으로 몇 주 안에 마스터했다.
    새로운 세상이 열렸고 괴로움이 사그라들었다. 그와 함께 병든 몸도 차츰 건강을 찾아갔다. 그것을 계기로 그의 공부도 전환점을 맞았다. 모든 것이 놀라운 경험이었지만 눈앞에서 벌어졌고 실제로 생활이 확연히 변했다.

    “그전까지 어려워서 못 보겠던 경전들을 꺼내 읽었는데 이해가 쉽게 됐어요. 그러면서 이전에는 자료로만 봐왔던 사찰불화들이 제 신앙의 ‘장엄물’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는 기존의 연구방법을 버리고 “무량한 공덕으로 세상과 우주를 장엄”하는 불화 앞에 불자로서 다시 섰다.
    강소연 작가는 2016년 1월 중앙승가대 문화재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그는 앞으로 자신의 능력 최대치를 발휘해 학인스님들을 가르쳐, 문화재 전문가들을 배출하고 싶다고 했다. 그에게 배운 스님들이 성보박물관을 보다 합리적으로 운영하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그의 학문이 뜻깊은 결실을 맺게 되는 것이리라.

     

     

    그의 책에 이런 대목이 있다.
    “우리에게 궁극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선한 마음을 가지고 한 행위를 ‘공덕(功德)’이라고 합니다. -중략- 진정한 공덕이란,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을 돕기 위해 또는 세상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순수한 마음을 내는 것입니다.-중략- 본 책에서 소개하는 명작들은 이 같은 공덕장엄의 진리를 보여주는 최고 최상의 작품들입니다. 불교에서 말하고 있는 세상의 진면목을 그림으로 아낌없이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공덕장엄의 진리, 세상의 진면목을 그림으로 표현한 이런 명작. 그가 이렇게 물었다.
    “눈앞에서 이렇게 환희심 나는 불화들을 볼 수 있는데, 책값이 너무 싸지 않나요?”

    강소연 작가가 독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은 잘 그린 그림 한 점이 아니라, 부처님의 마음 한자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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