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가 오지현씨 경주
도예가 오지현씨 경주
  • 국제불교방송 이영주기자
  • 승인 2017.06.28 06: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주를 사랑하는 도예가 오지현 씨
  • 친정어머니, 남동생, 아들 등 예술유전자 내림 가족
  • 지난 3월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간 열린 2016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 많은 불교미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대중들에게 선보였다.
    그 중 어머니와 아들이 도예작품을 나란히 선보인, 조금은 독특한 부스를 찾았다.

     

    경주 '벽선도예'의 각기 다른 주인, 어머니와 아들
    어머니 오지현 씨와 아들 강창구 씨는 경주에서 ‘벽선도예’를 운영한다. 하지만 이름과 가마를 같이 쓸 뿐 작업실은 따로 쓰고 무엇보다 지향하는 작품이 서로 다르다.
    내가 찾은 개막 날은 어머니 오지현 씨가 부스를 지키고 있었다.
    큰 달항아리 비슷한 현대적인 느낌의 도자기가 눈에 들어와 ‘벽선도예’ 부스에 한발 들어서니 오지현 씨가 약간 어색하게 나를 맞았다. 반듯하고 차분한 그는 교사 같은 분위기로 전혀 예술가 같지 않았다, 그래서 조심스레 물었다.
    “저, 여기 작가 되시나요?”
    그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옷차림이나 행동으로 예술가를 한정하려 했던 나의 편견을 들킨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는 곧 “아들과 함께 나왔어요”라고 덧붙였다. 그제야 찬찬히 부스에 전시된 작품들을 살펴보았다. 현대적인 작품들 외에 전통적인 느낌의 투박한 도자기들이 있었다. 오지현 씨의 작품이 현대적이고 추상적인 도자기이고 아들 강창구 씨는 신라시대의 굽 있는 도기를 재현하려 한다.
    고3 때 갑자기 미술을 하겠다는 큰아들 창구 씨를 어머니는 반대했다. 그랬더니 “두 달만 미술학원에 다녀보고 재능이 없다고 하면 그만 두겠다”고 다짐을 했다. 어머니가 도예가일 뿐 아니라 외삼촌은 조각가로 불교계에 이름을 널리 알린 오채현 씨다.
    이런 예술적인 유전자를 물려받은 강창구 씨는 짧은 기간의 레슨과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학의 도예학과에 합격했다. 교수에게 “물레 차는 솜씨가 뛰어나다”라는 칭찬을 받으며 석사과정까지 마쳤다.
    어머니는 불학실한 예술가의 길을 아들이 걷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래서 학교에 남길 바랐지만 강창구 씨는 직접 흙을 만져 자신만의 작품을 얻는 작가의 길을 선택해 경주로 내려왔다. 
    아들에게 선배로서 어떤 조언을 해주냐는 질문에 오지현 씨가 이렇게 답했다.
    “뭐라 한다고 변하겠습니까. 그저 ‘그게 네 인생이구나’하며 바라볼 수밖에요. 물론 바라보는 마음은 아프지만….”

     

    친정어머니 팔순에 가족전시회를 열다

    오 작가는 스스로를 “전업도예가가 아니다”라고 소개했다. 자신의 공방에서 작업을 하고 수강생을 가르치고 개인전을 열었는데도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아마 ‘돈을 벌려고 작품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내지는 ‘도자기 팔아서 먹고 산 게 아니라 남편이 번 돈으로 살았다’ 이런 정도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는 보태거나 과장하지 않았고 말수도 적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엄격해보였다.
    “아들에게도 늘 얘기하지만, 예술가랍시고 생활이 흐트러지는 걸 아주 싫어합니다. 하지만 작업할 때는 고정관념이 없는 편입니다.”
    외형상의 이미지와 내면에서 추구하는 것은 많이 달랐다. 생활은 절제되고 내면은 자유로운, 보기 드문 작가랄까.

     

     


    30년도 더 된 시절, 오지현 씨는 유화, 수채화 등 그림을 배우다가 흙을 만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1980년대 지방에서 도예를 배울 만한 곳은 거의 없었다. 그러던 중 도예공방을 알게 돼 찾아갔는데 발 물레를 돌리는 곳이었다. 분명 흙을 만져 작업하지만 손 느낌이 나질 않고 일률적이라 쉽게 질렸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 손 물레를 돌리는 공방을 알게 됐고 그때부터는 정말 재밌게 소품을 만들었다. 손 물레로 작업한 지 석 달 만에 강사의 권유로 자신이 구운 컵 등을 출품했는데 경북산업디자인전에서 은상을 받았다.
    손 물레의 장점에 대해 “가닥을 쌓아 올리기 때문에 구상대로 형태를 잡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아무리 잘 만들어도 불에 들어가면 작가의 구상대로 나와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러니 자연스레 마음을 비울 수밖에 없다.
    그는 자신에게 예술적인 재능을 물려준 어머니께 감사하다고 했다. 어머니는 환갑이 지난 나이에 그림을 배우셨다.
    몇 년 전에는 친정어머니의 팔순에 가족전시회를 열었다.
    혼자 되신 어머니는 아버지도 없는 팔순잔치를 한사코 마다하셔서 자식들이 고민을 한 끝에 10년 동안 동국대 평생교육원에서 동양화를 배운 어머니의 팔순잔치 대신 전시회를 열어드리기로 결정했다. 거기에 맏딸 오지현 씨의 도예작품과 막내아들 오채현 씨의 조각작품, 그리고 손자 강창구 씨의 작품까지 더해졌다. 약학박사인 큰동생이 틈틈이 그린 유화 몇 점과 방송국에 다니는 둘째동생이 출간한 책을 같이 출품했다. 이로서 명실상부한 가족전시회가 됐다.
    지역방송국에서 촬영을 오는 등, 경주에서는 큰 화제가 됐을 뿐더러 오지현 씨 집안의 즐거운 추억으로 길이 남았다. 친정어머니가 가장 기뻐하셨으니 아주 특별한 팔순기념이 된 것이다.
    오지현 작가는 지난 5년간 양로원과 요양원에 흙을 들고 자원봉사를 다녔다. 노인들이 뭘 하겠냐 싶지만 흙을 만지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서적으로 안정을 얻는다. 또 작은 소품을 만드는 재미에 노인들이 아이처럼 함박웃음을 지으면 보는 사람까지 마음이 따스해진다.
    “박람회에 와서 민화작품이 전시된 걸 보고 예전에 배우다가 시력이 나빠져서 그만 뒀던 민화를 다시 그려보고 싶네요. 아직도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요.”

     

     

    나이 들며 '자연스러움'을 받아들이고 만족을 배워

    어머니 때부터 불교를 믿었다며 ‘간절히 매달리는 것만 신앙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그는 평상심으로 불교를 믿는다. 절에 열심히 가진 않지만 항상 부처님을 마음에 담아두고 산다는 것이다.
    작년 (재)경주문화재단의 2015경주작가로 선정돼 릴레이전에 출품작을 준비하던 중 갑자기 부처님의 옷주름이 떠올랐다. 그것을 모티브로 항아리 두 개를 빚어 유약을 발라 가마에 넣었다. 그런데 참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유약의 두께나 불 온도 등의 변수로 원하던 모양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 항아리 한 개의 어깨 부근에 흰 선이 생긴 것이다. ‘아뿔사’ 하며 쌍둥이 항아리를 꺼냈는데 똑같은 지점에 같은 흰 선이 생겼다. 어찌해서 흰 선이 생겼는지 모르지만 두 개가 똑같이 생겼으니 일부러 의도해서 문양을 넣은 것처럼 돼버렸다. 환희심이 일었다.
    “작업을 하다가 흠이 생기면 예전에는 속이 상해 고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그런데 나이 드니 자연스러운 멋을 추구하게 됐어요. 이건 이래서 좋고 저건 저래서 좋고, 있는 그대로가 편해요.”
    그는 오랜 기간 작업을 통해 알게 모르게 수행이 된 듯했다.
    이런 말도 덧붙였다.
    “작업을 하면서 완벽함을 추구하던 마음을 내려놓았어요. 또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도 점차 없어졌지요.”

     

     

     

    그는 경주를 사랑한다.
    경주에서 나고 경주에서 흙을 만졌고 다시 경주의 흙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래서 자식들에게 “나 죽으면  잘 가던 남산에 뿌려달라”고 부탁해놓았다. 살아있는 동안에는 경주사람인 것에 만족하는 그가 살포시 웃으며 말한다.
    “경주는 절이 많아요. 그리고 부처님 안 계신 곳이 없지요. 말 그대로 부처님나라, 불국토지요.”

    절이 많은 것보다 그의 자부심이 부럽다.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고 사는 곳을 좋아하고 나이드는 것에 만족하는 그의 표정이 부럽기만 하다.

    이제 '경주'를 이야기하면 오지현 작가가 떠오를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영중로22길 6, 벤쳐내오피스 303호(영등포동5가)
  • 대표전화 : 02-6359-5151
  • 팩스 : 02-6383-5151
  • 부산법당 : 부산시 금정구 금강로 611-50번길
  • Tel. 051-518-5150
  • 일산스튜디오 : 경기도 일산서구 덕이동 209번지 2층 국제불교방송
  • Tel. 031-923-5151, 031-925-5151
  • 명칭 : 국제불교방송
  • 제호 : 국제불교방송
  • 등록번호 : 서울 아 03416
  • 등록일 : 2014-11-11
  • 발행일 : 2014-11-11
  • 발행인 : 김화철
  • 편집인 : 김화철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화철
  • 월간'마음' 등록번호 : 마포 라 00459
  • 월간'마음' 등록일 : 2015년 01월 02일
  • 월간'마음' 편집실 : 02-6359-5151
  • 법당 : 02-6383-5151
  • 서울전파관리소 방송통신서비스과 허가(처음 방송 허가한 날 2003년 2월 12일)
  • 2017년 9월 25일까지 개인방송 폐업(2017년 9월 6일부터 법인방송 시작)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본방송 인터넷언론사로 지정(2015년 1월)
  • 국제불교방송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0 국제불교방송. All rights reserved. mail to ibbtv1@gmail.com
ND소프트